기록

에버랜드 어트랙션 알바 후기(Feat.텃세)

잉어인간 2022. 1. 9. 01:22

알바 시작 전

에버랜드에서 일했던 건 꽤 오래 전의 일이지만.. 문득 기록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에버랜드 알바에 지원하기 전 알바 후기를 많이 찾아 봤었으니까. 일단 에버랜드 알바 지원을 하고 나면 얼마간의 기간이 지난 후 합/불합 통보가 온다. 삼성 계열사에서 무단으로 퇴직한 전적이 있으면 이때 대부분 불합 통보가 온다고 들었다. 내가 지원했을 당시엔 딱히 서류부터 통과되지 않았던 경우는 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엔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다를 것 같아서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서류 합격 통보를 받으면 면접을 보러 가게 되는데, 대여섯명이 한 조가 되어서 면접을 보게 된다. 이때 희망 부서를 적어 내게 된다. 그리팅/에프앤비(식당)/어트랙션(놀이기구)/롤러브레이드 타고 미화하는 파트 등 원하는 파트를 세개까지 적어서 내는데, 그걸 토대로 면접을 본다. 그리팅 쪽은 키와 외모를 다른 파트보다 많이 본다. 일단 외모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도 키 작은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나도 키가 작은 편은 아닌데, 그리팅 파트 사람들은 대부분 내 키~내 키 이상이었다. (난 167-168사이) 당시 165밑은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외모는 그리팅>어트랙션>에프앤비 순으로 본다고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아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리팅이 키 본다는 거 하나만 확실히 알겠더라. 뭐 어쨌거나 일단 대부분 지원한 파트에 배정된다고 보면 된다. 

(예외로 매표소 내에서 일하는 파트는 겨울 알바 선호도가 높아서인지 탈락자가 좀 있었다.) 나는 재수를 마치고 재수학원에서 친하게 지냈던 지인과 함께 어트랙션 파트에서 일하기를 원해서 어트랙션을 1지망으로 써냈고, 지인과 함께 같은 어트랙션에 배정되었다.

 

 

 

업무 강도

음.. 일단 일 자체는 그닥 어렵지 않았다. 막노동에 가깝단 느낌을 받긴 했으나 2-3교대로 돌아가며 일했기 때문에 30분 일하고 20분 가까이 쉬게 해 줘서 시간이 정말 빨리 갔었다. 정신보다 몸이 많이 힘들었다. 제일 먼저 골로 가는 건 목소리. 에버랜드 직원들 특유의 목소리가 있다... 제법 허스키해진..... 이건 확실히 티가 난다.

어느 정도냐면 퇴근때 옷을 갈아입고 츄러스를 사러 갈 경우 츄러스 파는 직원이 "에버랜드에서 일하세요..?"하고 높은 확률로 물어 볼 정도. 2번 가면 1번 정도 물어봤다. 곤돌라를 타고 출구로 나갈 때도 몰골/목소리로 대번에 곤돌라 직원이 내가 에버랜드 알바생임을 알아본다.

 

 

 

진상

놀러 온 곳이라 진상 손님 비율은 적을 거라 예상했고 실제로도 적었다. 나는 일단 진상 손님과 1:1로 대면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진상 손님이 왔다는 이야기를 같은 파트 사람들에게 들은 적은 있다. 2주에 한 명 꼴로 방문하는 듯. 제 잘못으로 넘어져서 다치고는 직원에게 X발년 뭔년 하며 욕했다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내가 일하는 기간 중 방문한 가장 심한 수준의 진상이었다. 

 

다만 당시 입사 전 교육 때 들었던 예시가 충격적이었다. 연간 회원권을 가진 손님에게 직원이 작은 실수를 했는데, 이 손님에게 직원이 무릎을 꿇었고 손님은 그 직원의 가슴께를 발로 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응대했던 직원에게 결국 손님이 다음 번 방문 시 사과를 했다나 뭐라나.. 그 따위 걸 좋은 사례라고, 알바생의 진심이 손님의 감동을 이끌어 낸 감동 실화처럼 이야기하는 게 기가 찰 따름이었다. 어쨌든 특이한 케이스니까 예시로 들었겠지만 그런 사람도 오는 모양이다. 

 

 

제일 힘들었던 것

태움 비스무리한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 파트엔 그게 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파트 자체에 텃세가 있다기보다 사수로 있는 알바생 하나가 문제였다. 내가 퇴사한 것도 사실 이 사람 때문이었다. 당시 나와 같은 파트에서 친하게 지냈던 20대 후반 언니(알바는 서른정도까지 가능했는데 대부분 20대 초라서 이 나이면 거의 최고 연장자급)가 있었는데, 사회 물 먹을 만큼 먹었다고 이야기하던 분이었는데도 그 사람 때문에 전배 신청을 했었다. 그리팅에 있다가 그리팅 텃세 못 견디겠다고 우리 파트로 왔던 알바생 하나는 여기 있다가 그 사람한테 질려서 아예 관두고 나갔다.

 

그 인간이 저지른 만행을 기록해 보자면.. 우리 사이에 딱히 별 트러블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1. 담당 구역이 아닌 곳에 나더러 일하러 가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구역에 갔더니 그쪽 직원들은 당황한 눈치. 심지어 남자들만 일하는 구역이란다. 인원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나를 왜 거기에 보낸 건지 그쪽 사람들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뒤로 들려오는 "걔 또 그러네."소리. 내가 할 만한 일이 아니고 다른 성별 혼자 일하고 있으면 사람들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 그냥 조용히 뒤쪽 공간에서 쉬다가 교대 시간 되면 내려가시란다. 그래서 쉬기 시작한지 3분도 채 되지 않아 문제의 '그 사람'이 뒤쪽 공간에 들이닥쳤다.

"ㅇㅇ씨. 내가 ㅇㅇ씨 놀라고 여기 보냈어요?"를 시전한 것은 덤. 니가 날 여기 보내지 않았냐. 여기 사람들은 일손이 필요 없다고 하던데 어찌 된 거냐 대꾸하니 중간에 말을 잘라 먹고 "아니 어쨌든 놀러 왔냐고."로 응수하더라. 애초에 바로 이쪽 공간으로 들이닥친 걸 보면 처음부터 그런 그림을 의도한 모양이었다.

 

 

2. 게임장 내에 신발을 빌려주는 대여소가 있다. 8시까지 신발을 반납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8시 30분, 9시에 신발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퇴근이 늦어져서 기피하는 근무 구역이었다. 심지어 신발 대여 비용이 비면 마감 타임 알바생이 자비로 메꿔야 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해서 X같은 걸로 악명이 높았다. 그 곳에 우리 쪽 알바는 거의 보내지 않았는데, 나만 딱 골라서 그 대여소에 보내더라.

뭣같길래 애초에 신발 대여 장부를 몇 사람 분만큼 적지 않고 비는 금액은 거기서 충당해서 메꿨다. 사람들에게는 7시에 영업 종료하니 그때까지 신발을 가져오라고 안내했다. 그랬더니 돈도 비지 않고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이상하다, 네가 일하면 돈도 안 비고 사람들이 신발도 빨리 가져오네.."하고 말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 망할 인간은 더이상 나를 신발 대여소에 보내지 않았다.

 

 

3. 속으로 '개X발X끼 진짜 시간 멈춰놓고 겁나게 패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나도 그 사람에게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확히는 의도적으로 더 드러냈었다. 썩은 얼굴을 하고 친절하게 답하니 그 사람은 혼란스러워하다가 내게 "ㅇㅇ씨. 내가 말하는 게 X같아요? 표정이 왜 그래요?"하고 물어왔다. "아무래도 좀 그렇죠."라 답했더니 아무 말 없이 노려보길래 내가 "할 말 없으면 가세요?"하고 상황 종료. 그 날 하루 온종일 둘이 같이 개 썩은 표정으로 일을 했다. 

 

 

4. 3의 사건 이후로 시도 때도 없이 그 사람은 내가 일하는 곳에 와서 염탐을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같이 담배 태우던 사람들에게 무어라 내 뒷담화를 한다는 걸 알게 됐었다. 정직원이 불시점검 왔을 때도 일 잘 하고 아이디어(무언가 만들어 쓰던 게 있었다.)좋다고 본사에 알리겠단 피드백을 받았던 걸 보면 내가 딱히 일을 못해서 괴롭힌 건 아니었던 것 같고 그냥 사람이 맘에 안 들었던 듯. 당시엔 몰랐는데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본사에 그런 성과 전달이 되면 정직원 전환에 유리했던 터라 알바로 오랜 기간 굴렀던 그 사람 맘이 불편했나 싶기도 하다. 

근데 애초에 대학 가기 전까지 일하는 거였고 나는 그쪽 정직원 자리에 관심 없었다고요 X박색기야...

 

 

5. 껍데기가 좀 무르게 생겨서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가끔 위기 상황에서 나를 보호하려 들 때가 있다. 세미 진상쯤 되는 사람이 땡깡 시동을 걸려고 할 때, 같이 일하던 잘 모르는 직원 하나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는지... 나와 비슷한 덩치로 나를 보호하겠다며 진상과 내 사이를 가로막았다. 여긴 내가 정리할 테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고 하기에 일단은 고맙다고 한 직후 '그 인간'이 또 나타났다. "ㅇㅇ씨. ㅇㅇ씨는 혼자서 이런 문제 해결을 못 해요? 왜 남자 뒤에 숨어요?"......................

아니 쟤가 나선 거라고.............. 나는 나한테 누가 함부로 굴면 명찰 떼고 같이 주먹질할 각오로 일하고 있었고요...

 

 

저 인간은 교대 시간 가지고 장난질 한 적도 있었고..뭐 그냥 다 적기도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니면서 괴롭혀대는 통에 관뒀다. 딱히 돈이 아쉬워서 일하고 있던 것도 아니라 집에서도 같이 일하는 사람 뭣같다고 하니 대번 그만 두라고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하기에 바이바이. 지금 생각하니 딱 그 사람 때문에 일 못하겠다고 전배 보내달라 이야기해 볼 걸 그랬나 싶다. 그 잘나신 알바 경력에 흠집이나 내고 올 걸.

 

마무리

어쨌든 텃세 얘기는 나도 알바 구하기 전부터 익히 들어 왔었는데, 당시엔 정확히 어떤 식으로 사람을 괴롭히는지에 대해선 딱히 언급하는 곳이 없었기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본다. 내 경우엔 이런 방식으로 당했다. 이 사람은 여럿을 한 번에 괴롭힌다기보다 하나 괴롭혀서 그 사람 나가면 다음 타겟을 찾고, 다음 사람 나가면 또 타겟을 옮기는 방식으로 텃세를 부렸다. 상대가 나갈 때까지 쫓아 다녔음은 물론이다. 

 

 

이 인간과의 조우 이후로 내가 텃세, 태움 등에 대한 지대한 공감을 하게 되었음은 덤. 텃세로 자살하거나 퇴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걸 왜 못 버티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냥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직접 겪어 보시라고. 특히나 한 사람 찍어 괴롭힐 때 버텨내는 사람을 한 번도 못 봤다. 애초에 버틸 수가 없는 게.. 나가야 해결되는 문제다. 나갈 때까지 괴롭히는 거라서. 이는 첫 입사시 외부인이었던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배척과 차원이 다르다. 나야 일이 절실한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적절한 예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일로 주변에 퇴사한 사람들 중 피 한방울 나오지 않던 한 가정의 가장, 집안 풍비박산 난 상황에서도 15시간씩 공부하던 독한 학생, 세상 풍파 다 겪어봤어서 죽는 거 빼곤 다 할 수 있다던 사람...등이 있었던 것만 봐도 그렇다. 

 

 

만약 텃세를 겪고 있는 상황인데 퇴사가 고민된다면..

본인이 의지박약일 경우 좀 더 참아 보시고

살면서 나만큼 독한 사람 거의 보지 못했는데 힘들다 싶으면 심각하게 고려해 보시기를...그런 당신이 힘들면 힘든 거 맞을 겁니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결국 버티는 데 온 마음 다 쓰다가도 결국 퇴사란 결론은 바꾸지 못했던 주위의 몇몇 사람들을 보니 씁쓸해서 덧붙이는 말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면 그래도 사는 게 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