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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 리뷰

알콘 워터렌즈 데일리스 토탈원, 훌라춤을 추는 렌즈

망했다. 망했어요. 

아큐브 트루아이와 오아시스를 써본 뒤.. 얘네들도 충분히 괜찮은데 도대체 알콘 워터렌즈는 얼마나 좋은 걸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다른 렌즈들과 달리 알콘 워터렌즈 데일리스 토탈원은 한결같이 후기가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간혹가다 불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지만 그 이유는 하나같이 '렌즈 빼기가 어렵다.'는 것 때문. 사람들은 워터렌즈가 눈알에 딱 붙어서 도무지 떨어지지를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후기를 보고 겁이 난 것도 잠시. 그렇게 좋다는 알콘 데일리스 토탈원의 착용감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 길로 바로 달려가 구매 완료. 마침 다비치 안경점에서 팩렌즈 최저가 도전 이벤트를 하고 있길래 한 팩당 32000원(30알+5알)의 가격을 주고 렌즈를 구매해왔다. 바로 이 놈이다.

첫 착용감

일단 얇다. 그리고 산뜻하다. 아큐브 렌즈들도 꽤 얇게 나왔는데, 데일리스 토탈원은 체감상 더 얇은 느낌이다. 유독 미끌거리는 질감 때문에 더 얇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른 렌즈들을 털 때 챠박챠박 소리가 났다면 얘는 쟈박쟈박쯤 되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미끌거리고 얇다. 렌즈 끼다가 윗쪽 속눈썹에 닿기라도 하면 바로 뒤집힌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얇고 산뜻한 느낌. 아큐브 렌즈들 착용 직후 조금씩 이물감이 느껴지던 것과 달리 이물감이 거의 없었다. 후기들 중에 꼈는지 안 꼈는지 헷갈린다는 얘기가 종종 있었는데 바로 납득. 나는 이물감이 너무 없어서 설마 눈 뒤로 넘어간 건 아닌가 하고 기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착각하기엔 맨눈 시력이 개똥이라 금방 확인 완료

 

샘플 렌즈(5알)

그리고 놀라움

테두리 쪽이 얇게 나온 렌즈라더니.. 과연 그랬다. 아큐브 렌즈를 착용했을 때엔 거울을 보면 눈동자 바깥에 파란 테두리가 선명하게 보였다.내 눈동자가 작은 편이라 그런지 유독 '나 렌즈 꼈어요!'하고 대놓고 광고하는 것 같아 께름칙할 때가 많았다. 셀카상으로도 선명하게 렌즈 테두리가 찍혀 나와서 거슬리기도 했고. 눈동자 큰 사람이 끼면 티가 덜 날 수도 있는데, 내 눈에선 티가 많이 났다. 그런데 알콘 데일리스 토탈원은 렌즈 테두리가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 수준.

그러나 곧 당혹감을 선사한

데일리스 토탈원 대박이다!! 여기에 정착할 거야!! 라고 생각한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불길함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왼쪽 눈의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말로만 듣던 훌라 현상이 있었다. 렌즈가 잘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어느 쪽 방향으로 틀어진 것인지 알기가 어려웠지만 어쨌거나 계속 렌즈가 제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설마 아닐 거야... 하며 렌즈를 빼서 씻어내고 다시 착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훌라춤을 추는 렌즈...데일리스 토탈원... 그래도 중간중간 눈을 감고 눈두덩이를 살짝 문질러주면 제 자리를 찾길래 이 훌륭한 착용감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대로 외출했다.

 

팩렌즈의 뒷모습

 

설마가 사람 잡는다

별 일 없을 거라 생각하며 외출했지만 별 일이 있었다. 냉/온풍기를 가동한 탓일까. 눈이 건조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렌즈가 훌라춤을 추는 간격이 점점 짧아졌다. 나중엔 눈두덩이를 살짝 문질러도 소용이 없었다. 해리포터의 매드아이 무디 눈알이 아무렇게나 구르던 묘사가 있었는데 지금 내 눈이 그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쪽 눈은 제대로 사물을 보고 있으나 왼쪽 눈 상태는 처참했다. 착용 시간 중 1/5~2/5정도는 계속 렌즈를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혈압 올라 죽을 뻔 했다. 

 

결국 나는 다시 아큐브 렌즈의 이물감과 건조함 vs 데일리스 토탈원의 훌라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가장 X같은 점은... 왼쪽 눈과 오른 쪽 눈 시력 차이 때문에 내가 알콘 렌즈를 두 팩이나 구매했다는 점. 내일 하루 더 끼고 나가도 이 모양이면 이 렌즈의 처분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훌라도 적당히 심해야지 이건 너무하잖아.. 

 

 

+ 이 렌즈가 왜 유독 내 눈에서만 제 자리를 못 찾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단 내 눈의 특징이 있다면 안구 크기 자체가 작고 눈동자 크기도 작은 편이란 것 정도. 이놈의 워터렌즈 구매 조진 분 있으면 본인 눈 특징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여기를 정보 공유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어떨는지......... 남들 다 좋다는 거 못 끼는 신세..처량하다..